문학/에세이

<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 김은하 에세이

책 고래 2025. 2.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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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 김은하



처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남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함께 사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닌,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사는 것. 어릴 때 막연히 꿈꿔보았던 모습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결혼 전에 잠시 거쳐가는 삶의 형태였지, 쭉 그렇게 살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던 것 같다.

이 책은 비슷한듯 살짝 다르게 여자 셋이 함께 서울 아파트에 월세로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 집 마련’이 필수 과제인 것처럼 세뇌당해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응당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월급을 받으면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그 빚을 갚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는 것(buy)과 사는 것(live)를 구분하면, 월세도 고려해봄직한 선택지겠구나. 저자는 월세로 거주지를 해결하면서 월세보다 더 가치를 창출해내면 이득이라는 계산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나는 임대료를 내고 그 공간을 이용하며 임대료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하면 그만이었다.



근래에는 파이어족 커뮤니티를 많이 눈팅하다보니, 일생에 거쳐 일궈온 자산을 아파트 하나에 묶여서 사는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돈이란 무엇인가. 결국 쓰기 위해 있는 것이 돈인데,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아무리 오른다고 해도 쓰지 못한다면 숫자로서의 돈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의 마지막 소제목이 “더 이상 행복을 유예하지 않기로 했다”이다. 얼핏 보면 욜로족인가 싶지만 살짝 결이 다른다. 살고 싶은 삶을 당장 살기 위해 친구 둘과의 동거라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처음에 1평짜리 고시원에서부터 시작된 자취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정이 재미있다. 나는 비록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서 삶의 모습과 가치관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저자와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고 자취경험도 있어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처음에는 더 이상 음식 냄새가 침구에 밸 일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나도 오랜 시간동안 기숙사와 하숙집, 원룸 자취 생활을 거쳤다.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시간이 방 한 칸에서 이루어졌다. 옷과 책과 자질구레한 살림살이와 함께 공간을 공유했다. 침대 바로 옆에서 밥 먹는 일도 허다했다. 공간의 분리. 자취생들의 로망이다. 나는 부족한 수납공간 탓에 옷방에 얹혀산다는 느낌을 왕왕 받아서 옷방이 따로 있는 집에 살고 싶은 것이 로망이었다.


출근 시간이 다른 여자 셋이 함께 살다보니 반려견 구름이가 24시간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부분도 좋았다. 나도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매일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삶의 모습이라면 개도 인간도 행복하기만 한 공동생활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에너지를 전달받은 기분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


밀리의 서재, 25년 2월 3일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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