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래 블로그
미니멀라이프 : 책에 대하여 본문
미니멀리즘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극히 물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룸메이트와 공유하는 열 평이 채 안 되는 기숙사 방에 수용할 수 있는 물건의 개수는 그야말로, 미니멀했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나의 미니멀리즘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결심’이다. 내가 좀더 넓은 집에 살았더라면 미니멀리즘을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방에 있는 물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책이었다. 두 칸짜리 기본 책장에는 일찍이 책이 넘쳤다. 책을 좀 줄여보고자 다시는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다 읽은 소설책, 두 권이 있는 책을 골라 팀원들에게 나눔한 적도 있다. 책장에서 흘러넘쳐 책상 위 산을 이루고 있던 책더미가 눈에 거슬릴 무렵, 누군가 버려둔 4칸짜리 책꽂이를 발견했다. 출근이 늦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그걸 챙겨 방에 가져다 두었다. 책이 깔끔히 정리가 되니까 속이 후련했다.
여담이지만 책이 많다고 해서 꼭 책을 많이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책을 읽는 행위보다 고르는 행위를 즐기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유시민 작가였나... 어디서 읽은 말 중에 책을 당장 읽지 않아도 책장에 꽂아두다 보면 언젠가 그 책과 궁합이 맞는 때가 온다는 요지의 이야기가 있다. 나도 집에서 아빠의 책꽂이를 탐색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좋게 남아있다.
큰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서재를 크게 꾸미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큰 서재에 채워넣을 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내 나름 타협한 지점은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이북리더기라는 물건이 하나 더 추가되었지만.
그리고 2022년 결혼을 하고 아파트로 이사오게 되면서, 나는 내 로망대로 큰 서재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가진 모든 책을 장르별로 구분해 책등이 한눈에 잘 보이게 꼽아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나만의 서재. 나는 책을 언제까지 좋아할까. 내 서재에 책은 늘어만 날까 줄어도 들까? 미니멀라이프를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내 서재는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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