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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책 고래 2020. 10. 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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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박상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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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는 무언가 더 두근두근하다. 소설 속 한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의 일상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 오늘 전자도서관을 뒤적이다가 맞닥들인 이 책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제목과 함께 다이어트 에세이라는 소개글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책을 하루만에 다 읽는 경우는 드문데, 이 책이 거기에 들었다. 그만큼 필력이 좋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재밌었다! 이 글을 적으며 다이어트 에세이라는 소개말이 개뻥이었네 생각이 들다가, 참말임을 깨달았다. 어디에도 다이어트 ‘성공’ 에세이라는 말은 없기 때문에.

첫번째 공감 포인트. 회사 가기를 죽어라 싫어하는 모습. 1장부터 나오는 회사 혐오에 대한 묘사는 직장인인 나에게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작가의 전 직장 동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될만큼 사실적인 묘사였다.

두번째는 다이어트 이야기. 100kg가 넘는 거구의 작가는 계속 다이어트를 한다. 하지만 밤늦게 먹는 야식이 복병이다. 매번 다이어트-야식 폭식을 반복하며 실패하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비만한 외모를 지적받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공감이 되었다. 나도 비만까지는 아니지만 날씬한 편도 아니기 때문에 쉽게 살 빼라는 공격을 많이 당한다. (특히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나도 그런 공격을 하기도 하고. 그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지가 뭔데 내 외모를 평가해. 살찐 사람 몸은 함부로 이래저래라 해도 되는 건가. 게다가 긁지 않은 복권이라니. 상대방은 누구보다도 절실히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중인데 타인이 왜 함부로 그 사람을 무엇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책의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는 굉장히 우울하고 자조적이다. 그렇지만 중후반에 문학상 수상자가 되고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가 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급격하게 밝아진다. 이렇게 작가의 상황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에세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가 어둡건, 밝건, 이 책에 실린 스무 편의 이야기가 거의 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는 다짐으로 귀결되는 것이 재밌었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다이어트 에세이이다보니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구글에 작가 이름인 ‘박상영’을 검색해보았다. 들어가 본 인스타에는 책에서와 다르게 발랄한 말투의 피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작가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으로 오늘의 독서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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